과거, 갑작스레 대중들 앞에 나타나 '잿빛 고백'을 털어놓은 뒤 홀연히 사라진 여배우가 있습니다. 그녀는 유명 연예인 8명과 함께 밤을 보냈다는 수위 높은 폭로로 연예계를 발칵 뒤집었는데요. 그 여배우는 누구이며, 그녀는 대체 왜 본인의 치부와도 같은 폭로를 하게 된 걸까요?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그가 왜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는지보다는 톱스타들이 누구냐에 쏠렸고, 그는 톱스타 팬들로부터 극심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가 1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털어놓은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2001년, 한 무명 여배우가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녀는 성인영화에 출연하던 배우로, 활동명은 '은빛'으로 알려졌는데요. 은빛은 구치소에 들어가며 그대로 잊혀지는 듯 했지만, 역대급 스캔들을 일으키며 잊혀질 수 없는 존재가 됐죠.
출소 후, 그녀는 남자 톱스타 8명과 클럽에서 만나 밤을 보냈다고 밝히며, 그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는 기자에게 기라성 같은 연예인들의 이름을 줄줄 읊어 탄식을 자아냈습니다. 게다가 폭로 내용의 수위는 가히 충격적이었는데요.
폭로에 따르면, 은빛은 클럽에서 만난 가수 K와 한 작곡가의 사무실에 갔다가 그곳에서 강제로 옷이 벗겨지고, 머리채를 잡히는 등 억지로 행위를 당했다고 해 충격을 줬죠. 개그맨 Q와 있었던 일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클럽에서 우연히 Q의 매니저를 만난 은빛은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그와 밤을 보냈는데요. 그러나 매니저가 말한 연예인이 될 기회는 없었고, 은빛은 아래층에서 Q와 다른 남자연예인 C를 만나 강제적으로 셋이서 밤을 보냈다고 합니다.
너무 힘이 들어 친구를 불렀지만 두 연예인은 다른 방으로 이동한 게 아니라, 4명이 함께 밤을 보냈다고 하죠. 충격적인 건 Q의 매니저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때 은빛의 나이는 겨우 18살이었다는 겁니다.
연예인의 추태에 대한 그의 고백은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네티즌 사이에선 언론에 이니셜로 보도된 연예인들이 누구냐를 놓고 추측이 난무했고, 그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지목된 연예인의 팬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죄 없는 연예인을 판다”며 비난을 쏟아부었다. 이로 인해 그는 당시 소속사 관계자가 “원래 활달한 성격이었는데 요즘은 너무 의기소침해 있다”고 할 정도로 크게 상심을 했고. 사실 그녀가 이렇게 연예인들과 잠자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극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은빛은 어릴 때부터 비행을 시작했는데요. 결국 학교도 퇴학당하고,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낳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남자친구는 윤락가에 은빛을 팔아넘긴 후 도망갔다고 하죠.
그런 그를 반기며 거두어들이는 곳은 이 사회의 음지뿐이었다. 단란주점 등에서 술집종업원 생활을 하던 그는 다정하게 대해주던 남자에게 끌려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최수영이 임신을 하자 윤락가로 팔아넘겼고, 이로 인해 5년 동안 윤락녀 생활을 해야 했다. 하루에 25명의 남자를 상대할 정도로 짐승 같은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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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통을 감당하기에 그녀는 너무 어렸습니다. 그는 악몽 같은 윤락 생활을 견디기 위해, 그리고 낙태를 했다는 죄책감으로 아기울음소리가 들리는 환청에 시달리는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점점 삶은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자살기도도 숱하게 해보았지만 죽음 직전에 포기해야 했다. 그가 윤락을 해서 번 돈으로 가족이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가끔씩 외출해 나이트클럽에서 연예인과 어울려 노는 것은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였다.
하지만 연예인에 대한 환상 역시 그리 오래지 않아 자신이 그들의 성적 노리개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깨졌다. “비행 청소년들의 종착점이 어디라는 것을 제 고백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와 같은 청소년이 다시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어요. 또한 환상에 젖어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청소년들에게 더는 저처럼 연예인들의 쾌락을 위해 몸을 주고,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예인의 실상을 말한 것이었고요.” 하지만 그의 바람은 물거품이 되었다. 연예인 스캔들 중심으로 흐르면서 그런 이야기에 세상이 귀기울여 주지 않은 것이다.
또 비행 청소년들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불행한 과거까지 털어놓았는데요. 인터뷰 마지막에는 과거를 깨끗하게 청산하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의지를 다졌죠. 새로운 인생을 잘 살고 있는건지, 2003년 이후 은빛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는 고백 이후 사귀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기사를 통해 그의 과거를 알면서 서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다 결국 헤어졌다고 한다.
“저의 과거 때문에 남자친구가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저는 더 힘들고…, 저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래서 보내주었어요. 원래 죄를 진 사람이 더 성을 낸다고 남자친구보다도 제가 더 괜히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며 그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구는 저에게 화를 내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남자친구가 저의 과거를 다 안다는 것 때문에 오히려 제가 더 불안하고 조바심이 나고 예민해져서 그 친구가 조금만 섭섭하게 해도 ‘내가 그런 여자라서 네가 그러는 거지’ 하며 병적인 상태가 되더라고요. 그런 제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괴롭고, 상대까지 힘들게 만든 것 같아서 얼마전에 헤어졌어요.”
그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그의 말처럼 최수영의 삶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연예인에 대한 환상에 젖어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나이트클럽에서 방황하는 철없는 젊은이들의 말로가 어떤지 뿐 아니라 비행청소년의 뒤늦은 후회를 보여주는 표본인 셈이다. 부디 앞으로는 이러한 사건이 근절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