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와 이선희의 관계는 좀 묘합니다.
이승기와 이선희의 관계는 좀 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없는 관계죠.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서 어머니와 아들의 느낌마저도 줍니다.
(이선희 이승기 나이차이 23살)
사실 옛날에는 군사부 일체라고 해서 스승을 부모님처럼 대하기는 했죠.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가요계의 인기가 돈과 결부되다 보니까, 연예계에서도 이런 부모 같은 선생님이 점차 사라졌고, 더욱이 대형 엔터테인먼트 사에서 대규모 연습생을 훈련시키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선희 이승기처럼 일대일로 교육하는 관계는 거의 사라졌죠.
그래서인지 이선희와 이승기를 보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틋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훈훈하네요.
사실 이선희가 없었다면, 이승기는 가수로 데뷔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승기의 부모님이 이승기의 연예 활동에 반대했고, 이승기 역시 부모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거든요.
원래 이승기는 모범생이면서도 상계고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합니다(2002년). 그런데 점차 성적이 떨어지자 아버지 어머니가 동아리 활동을 금지시켰고, 이승기는 고별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대학로 극장에 찾아가서 무대를 빌립니다(밴드 이름은 뇌출혈).
그런데 마침 그 극장이 이선희 소유였죠.
이선희: "대학로에 라이브 극장을 갖고 있을때 고등학생이던 이승기가 밴드 공연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당시 이승기가 팀의 리더 였는데 들어올때 부터, 뒤에서 후광이 보였다."
이승기: "당시 이선희 선생님이 하는 극장인 줄 몰랐다. 인연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게 마침 밴드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가수가 꿈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등학생으로서 공부하려고 마음 먹고 나름 심각한 은퇴 공연을 하려던 중이었다."
이승기: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당시 2층 구석에서 이선희 선생님이 다리를 꼬고 나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내 또래인줄 알았다."
당시 이선희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앉아 있었기에, 그런 착각을 했던 것이죠.
이승기: "극장 관계자가 “노래 배울 생각있냐”는 제의에 워낙 사기 기획사가 많다는 기사 등을 접했던 터라 단호하게 거절하고, 다른 방에 들어갔는데 이선희 선생님이 앉아 있어 깜짝 놀랐다."
결국 이승기는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이승기에게 제안을 한 사람이 이선희라는 것을 알게 된 이승기 부모님은 깜짝 놀라서 기존의 반대를 버리고 아들의 가수 생활을 찬성을 하게 되죠.
사실 이선희야 말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수중의 하나니까요.
그리고 이승기는 이선희 집에 들어가게 되고, 이선희가 손수 밥도 지어서 먹입니다. 거의 양아들이나 마찬가지로, 보통의 연습생 대우가 아니었죠.
다만 이승기와 이선희의 식습관이 달라서 고생을 하게 되죠.
이런 자그마한 고통이 있었긴 하지만, 그래도 이승기는 이선희로부터 모든 것을 빠르게 흡수합니다. 아마 한집에서 같이 밥 먹으면서 잠을 자고 하니, 더욱더 빠르게 배울 수 있었겠죠.
실로 이승기에 대한 이선희의 정성이 정말 대단한 것 같네요.
사실 이선희는 이승기를 이렇게 한집에 머물게 하면서 노래만 가르친 것이 아닙니다. 2004년 6월 5일 1집 앨범(나방의 꿈)으로 데뷔할때, 그 1집을 직접 기획했죠.
노래 제목이 '누난 내여자니까'로 많이 오해받는 '내여자라니까'는 가수 싸이가 작사, 작곡, 편곡(편곡은 유건형과 공동작업)을 맡았긴 하지만, 총 17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이선희가 오롯이 기획을 했죠.
보통 이선희가 가수로만 알려져 있는데, 원래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모든 음악적 성과를 애제자인 이승기의 데뷔 앨범에 몽땅 쏟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이승기의 2집과 4집 역시 이선희가 직접 기획과 프로듀싱을 맡았죠.
그냥 보통 스승과 제자의 사이가 아니라, 이승기는 이선희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던 것이죠.
그런 스승의 애정을 잘 아는지, 이승기 역시 인기스타가 된 다음에도 이선희의 소속사 후크 엔터테인먼트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승기는 이선희의 미국 카네기홀 공연때도 일부러 같이 가서 공연을 했고, 스승의 콘서트나 예능 프로그램에도 항상 이선희를 도와주러 같이 나옵니다.
게다가 이승기는 소녀시대 윤아와 연애를 하기 때문에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닌데도, 스승을 위해서 힐링캠프에 나옵니다.
역시 인간성이 좋은 이승기답네요.
그런데 보통 한국의 문화에서는 제자나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윗사람은 체면때문에 잘 나서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선희는 제자인 이승기를 위해서 이승기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서거나 드라마 OST(내여자친구는 구미호 등)를 직접 부르기도 합니다.
참 훈훈한 사제지간이네요.
이선희: "승기를 위해서라면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다."
이승기: "(이선희의 30주년 콘서트에) 이렇게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고 기분이 좋다. 30주년을 맞은 이선희 선생님의 애제자 이승기다."
이 두사람의 말이 그저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인 것 같아서 아주 보기 좋습니다.
사실 이승기도 대단한 가수(이자 연기자, 예능인)이지만, 이선희가 제자를 한명 더 키웠으면 합니다. 물론 이선희는 보통 대형 기획사가 키우듯이 대량의 연습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승기처럼 일일이 먹을 것부터 챙겨주면서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보통 힘든 것은 아니죠.
다만 이승기를 알아본 이선희의 안목과 오랫 동안의 노래 경험은 너무나 탁월합니다. 부디 이선희가 한번 더 힘을 써서 좋은 가수를 발굴해서 키웠으면 하네요.